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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에피소드

외국인이 서울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 5

서울이라는 도시가 세계인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꼬집어서 언제라고 정확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고로 한국 문화와 그 문화를 대표하는 서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추측하기를 대장금의 영향이다 아니면 K-Pop의 돌풍이다 하지만, 한국이 트랜디하다는 것을 깨닫고 서울 쪽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한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1. 이태원

강남스타일이 이러쿵저러쿵해도 요즘 가장 트랜디한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이태원이다. 미군 용산 기지가 바로 옆에 공생할 때부터 이 지역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메카였는데 요즘 들어 그 자태가 한층 고풍스러워지면서 수많은 원주민과 유학파족, 외국 업체에 종사하는 한국/외국인들, 아랍계 주민들, LGBT 커뮤니티, 그리고 가끔은 아직도 'Genuine(?) 짝퉁'을 찾는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섞이고 부딪치는 재미의 도가니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음식문화의 얼리어답터 역할도 이태원이 톡톡히 하는데 골목 사이사이를 잘 살펴보면 낯익은 멕시코 타이 월남 또는 브런치 식당은 물론이고 지구본을 보고도 찾기 어려운 불가리아,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식당 같은 이색적인 메뉴를 자랑하는 장소가 얼마든지 있다. 사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힌 Tartare의 초라하나 위대한 탄생이 바로 이태원의 가장 협소한 골목 중에 하나에서 이루어졌다.


2. 인천공항

인천공항을 이용해 본 사람치고 찬사를 안 부르는 사람이 없다. 초고속 수속 절차, 친절한 직원, 최고의 시설(어디서나 잘 터지는 무료 인터넷, 멀티플렉스 극장, 사우나, 지하철, 온갖 종류의 음식점, 샐 수 없이 많은 빵집과 카페 등)을 자랑하는 비교가 불가한 공항으로 입지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공항을 처음 계획할 때 목이 쉬어라고 비판한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나다. 기존에 있는 김포공항이 어때서 왜 30분이나 더 떨어진 공항을, 그것도 매번 오가며 통행료를 내는 그런 시설을 강요당해야 하느냐고 필자는 불만이었다. 물론 10년 앞을 못 내다보는 우물 안 개구리의 쓸데없는 개골 개골이었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공항을 설립하고 유지하기 시작하자 공항 종사자는 물론이고 공항을 통하는 모든 이들(비행기 승무원에서 승객까지)의 태도가 바뀌는 것 같았다. 인천공항에서의 한층 높아진 전문성과 도덕성이 서울로 또 거기서 전국으로 전파되는 느낌이었다. 그 한 예로 요즘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라. 인천공항의 화장실 수준이 특급호텔 수준이라면 휴게소 화장실의 수준도 특일급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친절함, 아무렴 톨게이트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예의 바름은 원래 우리나라를 왜 '예의의 국가'라고 일컬었는지 상기시켜 준다. 이런 국가-문화적인 변화가 공항 한 곳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면 필자를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난 확실히 그렇게 믿는다. 꾸준히 세계 1위를 지향하는 부분이 가장 성형수술이 많은 나라,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기는 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 누구나 뿌듯해 할 수 있고 따라 하고 싶은 모범이 되는 인천공항이야말로 외국인들에게 선사하는 첫 미소이자 기억에 남을 작별의 장소이다.


3. 산 산 또 산

납작한 필드에서 쇳대 휘두르기를 특히 좋아하던 필자는 한국으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도대체 산만 많고 골프장은 왜 이렇게 모자라지 라고 생각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뒤덮였고 작은 언덕까지 따지면 85%가 비평지라는 소리에 난 완전히 맙소사였다. 그러면서 이놈의 산 때문에 골프 값만 비싸고 운동도 못하네라는 불평을 토하며 한국의 산을 한탄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 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서울 근처에 있는 도봉산, 북한산만 봐도 산은 모든 서울 시민의 공동 휴식처요 공평한 놀이터다. 대통령도 산을 오르려면 등산복과 등산화를 차려입어야 하고 기업 총수가 보는 절경이 일반인이 보는 절경을 능가하지 못하며 오르락내리락 할 때 신분과 상관없이 모든 등산객이 질서를 지켜야 한다(난 등산객이라는 말이 특히 적절하다고 여기는데, '객' 즉 산의 손님 차원에서 우린 늘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원주민들은 등산을 좋아하지만(물론 북한산에 가면 꽤 많은 외국인 등산객을 만날 수 있다) 여행객들은 등산까지 안 하고도 서울 산 풍경을 너무 잘 만끽한다. 어제만 해도 점심 약속으로 광화문에서 무교동으로 가다가 광화문 광장 뒤로 보이는 경복궁과 그 뒤를 병풍같이(식상한 표현이라고 말하기 전에 직접 보고 이야기하시라) 둘러싼 가을의 북악산을 손으로 가리키며 흥분해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왠지 뿌듯했다.

작년에는 미국에서 방문한 여동생과 남편을 구기동 관음사 템플스테이를 하게 해줬는데 서울 한복판에 그렇게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기뻐했다. 또 개인적으로 고백할 것은 이젠 나도 한국 산에 대해(특히 골프 관련하여) 투덜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초에 외국에 갔다가 납작한 필드에서만 사흘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 잘 관리된 다채로운 산악지대 골프장에 비하면 너무 밋밋하여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4. 카페 문화 (더불어 식음문화)

이 부분은 사실 LOVE/HATE 관계라고 할 수도 있다. LOVE 부분은 체인점에서부터 동내 할머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소규모 매점까지 너무나 많고 다양한 카페가 서울에 존재하고 특히 젊은 여행객들에겐 최고급 커피와 무료 와이파이와 유럽 카페 문화를 버금가는 멋과 분위기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HATE 부분은 커피값이, 특히 체인점 커피값이 보통 선진국보다 두 배라는 것이다.

물론 나 같은 회사원이 많은 동네의 자체 브랜드 카페들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아메리카노를 2,500원 이상 받을 엄두를 못 내지만 그렇다고 외국 관광객들이 2달러짜리 커피를 찾아 광화문 사무실 빌딩 지하까지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멋을 뽐내는 한국의 카페 문화를 외국인들은 정말로 좋아한다. 둘째 딸의 독일 친구가 작년에 서울을 방문했었는데 서울이 정말로 역동적(dynamic)이고 카페들이 너무 예뻐서 미리 알았다면 홍콩에 안 가고 한국에 와서 공부했을 거라고 할 정도였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도 음식값이 매우 싸다. 물론 기업인들은 회사 카드로 두당 10만원 20만원짜리 요리를 먹는 경우도 많겠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일반 사람이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이전에 서촌에서 4명의 친구가 4차 가기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그저께 친구랑 맛있는 갈매기살 3인분과 소주 한 병을 27,700원에 먹고 마셨는데 김치를 잘게 썰어 곁들인 계란요리를 고기판에 동시에 굽는 조리법을 처음 접한 나는 그저 감탄이었다. 순간 어느 외국 친구가 한국 음식값에 너무 놀랐다고 칭송한 블로그가 저절로 떠올랐다.


5. 한국사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치열한 현실에서 자기를 방어하고 남을 짓밟고라도 성공을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다. 달리 동시에 세계 최고의 학업 평가와 최하의 학생 평가(만족도)를 받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런 코피 터지는 환경 속에 존재하면서도 우린 외국인에게 매우 관대하다.

예의의 동방 국가라는 옛 명칭을 손상시킬까 두려워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튼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람들의 친절에 감탄한다. 어쩌면 우리의 체면 차림, 즉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충동에 인해 친절한 태도를 취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의도야 어쨌든 득을 보는 것은 방문객들이며 고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 선순환의 원리를 믿는다. 원래 의도야 어쨌건 친절하게 또 착하게 행동하면 좋은 결과가 한국에는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돌아간다고 생각하는데, 억지로라도 웃으면 엔도르핀이 생긴다는 과학적 증거도 있지 않나?

 

 

*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terence-kim/story_b_61556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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